생산중지.. 그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드림캐스트가 가장 먼저 수명을 다한 곳은 상대적으로 가장 인기가 높았던 북미 시장에서였다. 유럽에서도 그 몇 달 후에 레즈와 셴무 II를 마지막으로 드림캐스트의 이야기는 끝나게 되었다. 반면 그렇게도 인기를 끌지 못하던 일본 시장에서 오히려 드림캐스트는 수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는 당시까지 인기가 높았던 일본 아케이드 시장 덕분이었다. 한 때 인기가 높았지만 이제는 그 한계에 다달은 네오지오 기판 대신, 나오미 보드가 저렴하고 효율적인 아케이드 기판으로 확고한 자리를 차지했던 것이다. PS2 기반의 시스템에 비해 개발이 쉬우면서도 커스텀 기판들보다는 가격도 낮은 나오미 기판은 아케이드 센터에 상당히 많이 깔려 있었고, 덕분에 많은 개발사들이 저예산의 일반적인 아케이드 게임을 나오미 기판으로 계속해서 내놓았으며, 일단 나오미 기판용으로 개발된 게임은 비교적 간단하게 드림캐스트로 이식될 수 있었다.

드림캐스트는 그 전성기 때부터 명작 비행 슈팅 게임들이 종종 등장하는 시스템이었다. 마스 매트릭스, 기가 윙, 건버드 2 등 아케이드용 비행 슈팅 게임들의 이식작들이 좋은 평가와 함께 등장하였다. 트레져에서 라디안트 실버건의 실질적인 후속작을 이식하면서 슈팅 게임 열혈팬들의 열광적인 환영을 받기도 하였다. 라디언트 실버건은 1998년에 새턴의 마지막을 수놓는 전설과도 같은 명작이었는데, 역사는 또 다시 되풀이되는 것처럼 보였다.


아케이드 비행 슈팅은 16비트 시절 이후 상업적으로 큰 두각을 보이는 장르는 결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카루가는 그 세련된 디자인과 폴라리티라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북미에서 가장 많이 수입된 일본판 게임 중 하나가 되었다. 당시 아직 드림캐스트를 소유한 게이머라면 반드시 해봐야 할 명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일본에서는 소수의 게임들이 꾸준히 드림캐스트용으로 발매되었던 것이다. 사이바리아 2, 식신의 성 II, 제로 건너 2 같은 32비트 시절 게임들의 속편들이 슈팅 게임의 팬층을 계속해서 만족시켜 주면서 나름의 작은 성공들을 거두곤 하였다.

이카루가의 공동 개발사인 G.rev는 드림캐스트의 마지막을 충실하게 지킨 몇몇 개발사들 중 하나였다. 도키도키 아이돌 스타 시커라는 개발기간 3개월짜리 초저예산 퍼즐 게임부터 시작한 이들은 이 게임을 통한 수익으로 그들의 대표작이자 메탈 블랙의 정신적인 속편이라 할 수 있는 보더 다운의 개발에 들어간다. G.rev의 사장 마루야마 히로유키는 그의 혼과 열정을 이 사이드스크롤 슈팅 게임의 개발에 쏟아부었는데, 그는 이 작품만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면 그 즉시 회사가 망하더라도 상관없다고 말할 정도로 보더 다운에 큰 애정을 보였다. 

그러나 보더 다운은 예상보다 큰 성공을 거두었고 회사는 망하지 않았다. 이 게임은 지금도 드림캐스트 전용 게임 중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온라인 옥션에서 200불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그 다음에 내놓은 헬리콥터 슈팅 게임 언더 디피트 역시 호평을 받은 작품이면서 드림캐스트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고 알려졌으나, 그 이후 마일스톤에서 카라스라는 게임을 내놓는 등 드림캐스트는 그 끈질긴 수명을 이어가고 있다.

드림캐스트의 전성기는 너무나도 짧았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게임큐브나 Xbox보다 더 많은 퍼스트 파티 게임들이 쏟아졌던 게임기이기도 했다. 그 각각 게임들의 퀄리티 또한 훌륭하기 이를 데 없었음은 물론이다. 많은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시장에서 영멸하고 있지만, 세가만큼 멋진 모습으로 살다 간 회사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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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래비스 파스 (Travis Fahs)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9.9.7 / 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출처 표기를 조건으로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 세가 팬이시라면 또 다른 IGN 번역연재 '눈물없인 볼 수 없는 세가의 역사'도 읽어보세요. 좀 더 세가라는 회사 쪽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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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리넨 2009/09/29 17: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전 캡콤의 연방 vs 지온도 드림캐스트가 망한 다음에 발매되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이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드캐로 가장 많이 했던 게임은 스폰인데 친구들과 함께 할 때 정말 재미있었습니다~_~

  2. BlogIcon 낭만도쿄 2009/09/29 18: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림 캐스트가 이렇게 된거 였군요.. 전 아직도 일본 게임시장하면 드림 캐스트를 떠올립니다만

    일본의 게임시장이 벌써 이렇게 변해있었네요.

    뜬금없는 소리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클럽인 아스날의 스폰서가 드림캐스트였던 시절부터

    '와 드림캐스트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참 안타깝네요...

  3. BlogIcon 유리 2009/09/29 23: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몰아보기 합니다~~~~ ㅋㅋㅋ

  4. BlogIcon 최준열 2009/10/01 19: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생각할 떄 드캐의 패인은 두가지...일단 아케이드 산업 쪽에서 기술력을 축적한 회사였기 때문에 소비자 가전 방면으로 축적된 기술력은 소니에 비해 딸릴 수 밖에 없었음...게다가 세계적인 AV회사인 소니가 자사 게임기에 5.1채널 돌비 디지털 기술을 집어넣고 영화DVD 재생 기능을 집어넣고 한 것을 일개 게임회사인 세가가 상대하기 상당히 버거웠을 듯...

    반면 남코는 자신들의 경쟁력이 아케이드쪽에 있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자체 게임기를 안 만들고 그냥 PS용 게임을 개발하는 쪽을 택했음...회사 경영은 남코가 더 현명하게 잘 하는 거 같음...

    그리고 또 하나의 패인...소니의 구라 마케팅이 너무 심했음 -_- 슈퍼컴퓨터에 쓰이는 칩이 탑재되고 뭐가 어쩌고 등등의 스펙 구라에 덧붙여 '인간의 감정까지 인식한다'는 초필살 피니쉬 구라가 소비자의 판단력을 결정적으로 흐렸음...

    PS2하고 드캐 나왔을 때 나한테도 어떤 미국 사람(지인)이 메일 보내서 '슈퍼컴퓨터급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던데 그게 사실이냐'고 물어보고 했었다능...

  5. faith 2009/11/13 23: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러니 저러니해도 세가는 "미워할 수 없는 바보" 같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멋지게 부활했으면 좋겠습니다. 세가사미홀딩스 아닌 세가로 말이죠.

    번역해주신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6. 치즈 2010/02/22 05: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게임기어부터 드림캐스트까지 세가 게임기만 샀던 유저로써 눈물없이 볼 수 없는 글이네요...

    요새 유저들이 지금의 몰락한 세가에서 옛 세가 게임 특유의 독창적이고 아케이드적인 느낌을 알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신기하다못해 무모한 시도가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면서 닌텐도의 마리오나 젤다와는 달리 약간 도박하는 마음으로 구매해야 했던 세가 게임들...

    아케이드 개발사로써 명성을 쌓은만큼 스포츠게임과 레이싱을 끝내주게 잘만들었었지요..
    일본보다 미국회사였다면 오히려 성공했을지 모르는 회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7. 파이 2010/03/15 20: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캐 몰락후 세가팬들이 하던 말이 생각나는군요

    "ps2를 사서 하느니 xbox를 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