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비트 시대를 화려하게 마감한 FF VI 

슈퍼패미콤용 마지막 파이날 판타지를 만들기 위해 스퀘어는 새로운 팀을 구성하여 아낌없는 자금 지원은 물론 넉넉한 개발 기간을 제공했다. 사카구치 히로노부는 디렉터 역할에서 물러나 프로듀서가 되었고, 그 빈자리는 FF5에도 참여했던 기타세 요시노리와 이토 히로유키가 맡게 된다. 이 두 사람은 이후 시리즈에서도 계속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면서 시리즈의 방향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FF6를 통해 파이날 판타지는 익숙한 중세 판타지 세계에서 탈피하여 검과 마법이 로봇과 열차와 공존하는 스팀펑크적 세계관을 구성하게 된다.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는 원래 작품 간 연계성이 매우 희미하다는 것이 특징이었지만, FF6는 이 정도가 더욱 심화되어 얼핏 보기에는 전혀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에 속한 게임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파이날 판타지라는 이름, 그리고 몇 장의 스크린샷 만으로도 팬들을 열광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북미에서는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게임이 발매되기 전부터 게이머들 사이에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마케팅이 펼쳐졌다. 스퀘어에서는 게임 발매 몇 달 전부터 잡지에 광고를 내기 시작했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애니매이션 스타일의 TV 광고까지 흘러나왔다. 일본판 게임을 접한 매체들의 프리뷰는 찬사 일색이었고, 미국 게이머들은 북미판 FF6의 발매가 이루어지는 10월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국제적인 블록버스터급 게임이 탄생하기 위한 모든 준비가 갖추어졌다. 스퀘어는 이미 북미 콘솔 게이머들을 위한답시고 난이도를 낮추는 전략이 잘못된 것임을 잘 알고 있었고, 따라서 이번에는 게임의 접근성과 깊이 사이에서 절묘한 밸런스를 맞추는 데에 주력했다.

스토리 구성은 기존 게임과는 무척 다른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일본식 RPG 게임들이 단선적인 전개에 치중했던 반면, FF6은 게이머가 플레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여러 곁가지 이야기들과 회상 장면들을 통해 비선형적 전개가 스토리와 맞물려 돌아가는 방식을 시도했다. 콘솔 게이머들이 PC용 RPG에서의 높은 자유도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시도는 매우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네러티브가 다소 산발적인 경향이 있는 FF6였지만, 게이머의 심금을 울리는 감성적 장치들은 부족하지 않았다. 어떤 게이머든 그 많은 주인공 중에서 적어도 한 명에게는 푹 빠져버리게 되었고, 주인공들 모두는 나름의 사연이 담긴 과거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벤트 장면은 일반적인 게임 화면과 동일한 엔진으로 구성되었지만 그 연출만큼은 여느 영화를 뺨치는 것이어서,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러한 이벤트 신 중 하나인 오페라 장면을 게임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회상하곤 한다. 

FF6는 동시대를 압도한 게임이었다. 발매되자 마자 일본과 북미의 모든 게임 관련 매체는 찬사를 쏟아냈는데, 게임프로에서는 만점의 리뷰 점수를 받았으며 Electronic Gaming Magazine(EGM)에서는 '이렇게 감성을 자극하는 RPG는 지금까지 없었다. FF6은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스퀘어에서 예상했던 것 이상의 성공을 거둔 FF6는 2D 게임 시대의 정점에 서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지금도 파판 시리즈를 오랫동안 즐겨왔던 많은 이들이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 사상 최고의 게임으로 손꼽곤 한다.

행운의 숫자, 세븐!

그때까지 익숙했던 파이날 판타지는 여기서 끝난다. 몇몇 팬들은 여기가 파이날 판타지 이야기의 종결점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시리즈 최초 32비트용 게임기로 등장한 신작은 단순히 새로운 장을 여는 게임이 아니었다. 차라리 완전히 새로운 시작이라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시리즈의 많은 요소들이 버려지고, 새로운 요소들이 자리를 채웠다. 파이날 판타지 VII은 단지 파판 시리즈 만이 아닌, 게임 산업 자체의 전환점이었고, 아무도 무시하거나 외면할 수 없는 새로운 물결이었다.

스퀘어는 그 전까지 닌텐도와 오랫동안 아주 끈끈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으며, 그 누구도 이러한 관계의 지속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스퀘어에서 FF6의 캐릭터들을 가지고 3D 데모를 시연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이것이 바로 시리즈의 다음 작품에 대한 힌트라고 생각했다. 스퀘어가 소니의 새로운 콘솔로의 참여를 선언하자 많은 팬들이 배신감마저 느꼈다. 그러나 배은망덕(?)한 스퀘어는 조만간 새로운 세대의 팬들을 얻게 될 예정이었다.

소니의 새로운 기기가 가진 능력을 초기에 보여준 게임은 '어둠 속에 나홀로'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어진 캡콤의 바이오 하자드였다. 바이오 하자드는 3D와 비트맵 그래픽을 조합하여 실시간 3D로는 구현하기 힘든 디테일하고도 현실적인 환경을 묘사할 수 있었다. 세밀하게 묘사된 CGI 배경은 분명 대단한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분명했다. 닌텐도가 카트리지를 고수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을 때, 스퀘어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닌텐도와 갈라서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스퀘어의 결정은 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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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러스 멕러린(Rus McLaughlin)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9.6.26 / 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출처 표기를 조건으로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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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도 많고 안티도 많은 FF VII이지만, 저는 대학생활을 이 녀석과 같이 시작하기도 했고... 많은 추억들이 이 게임을 즐기던 시절과 엮여 있어서 잊을 수 없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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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개피맛쓴사탕 2009/07/29 19: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판6,7은 고전명작이죠.ㅎㅎ
    그리고 파판8이 나왔을땐 충격을 받았었죠. 동영상과 게임을 합쳐낸다는게 놀라웠거든요.ㅎㅎ

  2. BlogIcon 기드 2009/07/29 19: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판 6 는 정말 동시대 최고의 게임이었죠.
    수많은 파판 충성 계파 중 전 파판 6 파랍니다. ㅎㅎ
    눈서리를 해쳐나가는 마도 로봇 오프닝과 티나 테마송이 떠오르네요.

    • BlogIcon 페이비안 2009/07/30 09:07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파판6에 대한 기사를 잡지를 통해 읽고 용산에 갔다가 속아서 다 구겨진 케이스에 들어가 있던 파판 5를 들고 들어온 적이 있었더라는 ㅠ.ㅠ 결국 싸워서 깨끗한Valken으로 바꿔오긴 했지만...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흑.

  3. BlogIcon gemlove 2009/07/29 2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7을 한참뒤에 컴퓨터로 했었죠. ㅋ 이거 할라고 용돈모아 용산가서 부두카드 사서 달았던거 생각나네요 ^^

    • BlogIcon 페이비안 2009/07/30 09: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두카드.. 참 반가운 이름이네요. ㅋㅋ 저는 정말 허접 컴퓨터 쓰다가 이번에 Tales of Monkey Island 제대로 할려고 컴터 업글했습니다. ㅎ

  4. 게임 2009/07/29 22: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 잘 보고 있습니다.

  5. BlogIcon 리넨 2009/07/29 23: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이날 판타지6는 정말 최고입니다. 요즘도 가끔씩 GBM으로 할 정도죠~_~

  6. 엘릭서 2009/07/30 11: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이날 판타지 진리는 FF5죠
    비공정 떴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사운드도 5가 가장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가장 파판답다고 할까요
    6는 그동안의 시리즈와는 차별된 모습으로 조금 이질적이지만 나름 괜찮았고요
    파판의 진정한 맛은 FF3
    1,2도 나름 재밌었지만 3가 최고였죠
    4는 극악 난이도를 자랑했고 내용도 별로여서 그닥이었고...

    7부터 파판이 파판이 아니게 되버린...
    무슨 온라인 게임하는 듯한 느낌

    • BlogIcon 페이비안 2009/07/30 13:25  댓글주소  수정/삭제

      파판은 정말 7 이전과 7 이후가 극명하게 갈리는 시리즈죠. 노무라 테츠야의 그림체에 대한 호오도 영향을 미치는 거 같고요. 저는 원더스완으로 파판1,2는 접해봤는데, 3는 당시에도 못잡았고 NDS로 다시 나왔을 때도 어쩌다보니 지나쳤는데.. 지금 시리즈를 번역하면서 한 번 해볼까 하고 있어요.

  7. BlogIcon 태현 2009/07/30 14: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프롤로그와 함께 마도로봇이 나오던 그 장면. 그 때 받던 신선한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6는 옴니버스의 절정을 보여주었던 것이, 캐릭터 모두가 너무나 애틋하고 개성 넘쳤죠.

    물론 너무 쉬운 난이도는 옥의 티로 남겠지만요...orz

  8. BlogIcon 빠야지™ 2009/08/01 01: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FF6는 분명 2D게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훌륭한 구성과 스토리로 제 머리속에서는 3D 처럼 기억이 될 정도입니다. 엔딩을 보고도 8번이나 더 클리어 할 정도로 푹 빠졌었더랬죠. 발매일날 일본의 전자상가 앞에서 줄서서 사서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을 홀랑 다 바쳤구요.
    추억을 되살리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9. BlogIcon joogunking 2009/08/01 1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FF6에서는 각 캐릭터의 개성이 정말 뚜렸했죠.
    기술 사용할 때 무술가는 스트리트 파이터 형식의 커맨드를 써야하는 것을 보고 정말 신기했습니다.

  10. BlogIcon 그린B 2009/08/05 11: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페라장면을 다시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ㅎㅎ

  11. BlogIcon 바람처럼~ 2009/10/21 01: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파판6 너무 재밌었는데....
    근데 결정적으로 항상 재밌게 하다가 끝까지 못 가보던 불운의 게임 ㅠ_ㅠ